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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하루가 참 길었다. 공식적인 어른이 되려면 앞으로도 십여 년을 더 기다려야 했으니까. 내 속은 이미 어른과 다를 바 없는데, 내 겉은 왜이리 크지 않는걸까. 하루 빨리 커서 내 몫의 자유를 거뭐지고 싶다.   열 살쯤이 되면 스스로를 어리다고 생각하는 아이는 드물다. 낯설던 학교 생활도 어느 정도 적응했고, 후배가 생긴 지도 오래다. 마음의 성장 속도에 신체의 성장 속도가 따라가지 못해서 그렇지, ‘세상을 알 만한 나이’가 된 것이다.   노경실 동화 <열 살이면 세상을 알 만한 나이>의 주인공 희진은 열 살이다. 열 살답게 얄밉기도 하고 거침없이 행동하기도 하는, 평범한 소녀다. 두 남동생과 신 나게 싸우지만 한편으론 어른스럽게 보이려 애쓰고, 때때로 동생들이 어른을 바라보듯 자신을 보면 우월감에 빠져 어쩔 줄 모르기도 한다. 부모의 태도를 관찰하며 혹시 엄마 아빠가 새엄마 새아빠가 아닐까, 자못 심각하게 고민을 하기도 하지만 언제 그랬냐는 듯 엄마 품에 안길 줄도 아는 아이.   가끔 어이 없이 혼날 때는 고개가 갸웃거려지기도 한다. 열 살이나 먹었으면 다 컷는데 아직도 그런다고 혼나고, 열 살밖에 안 먹었는데 벌써 그런다고 혼나고, 어떻게 살아야할지 고민스러울 때가 많다. 어른 취급하다가도 그새 까먹었는지 동생보다 어린 아이 취급하는 부모가 야속해지면 어서 빨리 어른이 되고 싶은 마음뿐이다. 속은 다 컸으니 겉만 빨리 큰다면!   지나고 보면 참 어렸는데, 그때는 다 컸다고 우쭐하던 시절이 새삼 그립다. 세상을 알 만한 나이라고 자부했던 어린 시절의 나를 동화에서 만났다. 세상을 안다고 감히 말할 수 없는 현실, 성장이 멈췄다는 방증은 아니겠지. 한때 아이였던 나와 만나는 시간, 꽤 유쾌하다.      

아직 어려서 세상을 모를 거라구? 천만의 말씀!열 살이면 세상을 알 만한 나이라구!초등학교 3학년, 열 살쯤 되면 이제 제법 자신만의 기준을 내세우기 시작합니다. 어른들의 잘잘못을 가려 보기도 하고, 어른들의 말에 당당하게 자신의 의견과 주장을 펼치기도 합니다. 그러면서 어른들과 충돌을 겪기도 하지요. 그렇다고 희진이가 마냥 철없는 아이는 아닙니다. 혼자만의 비밀도 있고 고민도 있고 아픔도 있지요. 그리고 가족과 친구들을 사랑하는 예쁜 마음도 가지고 있습니다. 이런 희진이의 모습은 오늘날 열 살 또래 아이들의 모습과 꼭 닮아 있습니다. 어른들이 보기에 거침없이 솔직하고 당돌해서 얄밉기도 하지만, 그 모습이 한없이 예쁘고 사랑스럽게 표현되고 있지요. 희진이가 하는 일에는 자주 말썽이 생기곤 합니다. 하지만 희진이는 그런 사건과 사고 속에서 자신도 모르게 조금씩 성장합니다. 정말로 세상을 알고 느끼게 되는 것이지요. 아이들은 희진이를 보며 자신과 비슷하다는 공감을 얻고 스스로의 마음과 고민을 들여다볼 수 있을 것입니다. 희진이처럼 진짜 행복에 대해 생각하는 기회가 되기도 하겠지요. 매일 이런저런 일을 겪으며 마음을 키워 가는 희진이의 시끌벅적한 일상에 아이들은 흥미진진하고 신 나는 책읽기를 경험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