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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밤 학교에서 생긴 일

요즘 새삼스레 느끼는거지만 아이들 책이 너무나 재미있다. 그림책은 그림책대로 창작동화는 창작동화대로 말이다. 그런데 요즘 또 재미를 느낀 책이 있으니 바로 어린이 단편들이다. 어쩜 그렇게 맛깔나고 재미있게 이야기들을 만들어내는지 요즘 젊은 작가들의 역량이 부럽기조차 하다. 이 책을 읽으면서 어쩜 나도 학교 다닐때 저런 생각을 했는데 라며 공감하는 이야기들이 많았고 어린이들의 마음을 어찌 그리 콕 집어 잘 나타냈을까 싶기도 했다. 이 책에 글을 쓴 작가들을 보니 한해동안 가장 주목받은 중, 단편동화로 작년에 제 1회 올해의 작가상 을 수상한 이들이라고 한다. 각자 다른 개성을 지닌 작가 여섯 명이 전해주는 학교에 관련된 이야기는 아이들은 아이대로 어른들은 어른대로 각각 공감을 받아낸다. 특히 이책의 제목이기도 한 지난 밤 학교에서 생긴 일 과 첫번째 이야기인 말하는 책받침 은 아이들이 너무나 싫어하는 시험과 관련된 이야기이다. 시험문제가 제대로 풀리지 않을때 정답을 알려주는 책받침이 있으면 하는 바램과 시험 문제를 한번쯤은 미리 봤으면 하는 욕심들말이다. 학교 다니면서 이런 생각쯤은 해보지 않았을까? 이런 이야기를 현실과 상상을 오가며 재미있고 유쾌하게 풀어내고 있는 점이 돋보인다.두 이야기를읽다보면 그래 그까짓 시험 한번 못치면 어때? 이런 생각까지 슬그머니 든다. 학교생활중 아이들을 즐겁게도 하고 싫게도 만드는 요인들중 제일 큰 것중의 하나가 친구와 선생님이 아닐까? 이 책은 학교생활에서 빠질수 없는 시험, 친구, 선생님에 관한 이야기들을 가까운 이야기이지만 뻔한 이야기가 아닌 참신하면서도 경쾌하게 그려내고 있다는 것이 큰 매력으로 다가온다. 친구 이야기를 다룬 단아가 울어버린 까닭 과 소녀, 풍선껌을 불다 를 보면서 나의 학창시절도 생각나고 요즘 아이들의 마음도 알수 있었던것 같다. 선생님을 소재로 한 명랑 스님의 러브레터 나 땅군 할배 일일교사 체험기 는마음이 훈훈해지면서도 가슴이 찡해지기도 했다.특히 주인공을 동자승이나 땅군 할배로 했다는 점이 색다르면서도좋았다. "야야, 핵교 고만 다닐래?" "싫어요, 나 핵교 다닐거여요." "야, 이놈아!맨날 주어터짐서 뭐가 좋아서 댕겨?" "칭구들도 많고, 선상님도 날 이뻐하고, 공부도 재미있어라." 맨날 친구들에게 얻어터지면서도 학교 다니고 싶다고 하는 땅군할배의 아들처럼 우리 아이들도 선생님이 있고 친구가 있고, 그리고 공부를 할수 있는 학교로 즐겁게 다녔으면 좋겠다.

자정이 되면 세종대왕 동상이 운동장을 돌아다닌다는 옛적부터 내려오는 괴담부터 자정에 유관순 동상을 ‘할머니’라고 부르면 유관순 동상에게 ‘삥’을 뜯긴다는 최신 괴담까지, 내용은 달라졌어도 여전히 학교에 관련된 괴담은 차고도 넘친다. ‘괴담’이란 말이 원래 ‘학교’와 짝을 이룬 말이라도 되는 것처럼, 학교 괴담은 수백 가지에 이르며 학교를 소재로 한 공포 영화는 늘 흥행에 성공한다. 아이들은 어쩌면 학교에서 쌓인 스트레스를 괴담 형식을 빌려 푸는 것인지도 모른다. 그러나 학교 괴담을 듣고 나면 왠지 학교가 오싹하게 여겨져 거리감이 느껴진다. 방과 후에 학교에 남아 있으면 큰일이라도 벌어질 듯 얼른 교문을 나서야 할 것 같기도 하다.

그러니 괴담으로 스트레스를 풀기보다 ‘긍정의 힘’에 기대어 쾌담으로 이끌어 보는 건 어떨까? 좋아하는 선생님이나 친구, 수업 시간에 들었던 재미난 이야기, 첫사랑, 학교에서 일어났으면 하고 바랐던 일처럼 말이다. 지난 밤 학교에서 생긴 일 에는 학교를 둘러싼 유쾌한 상상과 에피소드들이 가득 담겨 있다. 2007년 ‘제1회 올해의 작가상’을 수상한 작가들이 자기만의 개성을 살려 ‘학교에서 생긴 일’들을 동화로 신나게 풀어 놓은 이 동화집은 누구나 즐겁고 신나게 학교에 다니고, 소중한 그 추억을 오래오래 간직하길 바라는 작가들의 마음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

김영혜
조영희
김민령
진은주
이용포
정은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