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스토리 뷰
나의 사적인 도시
“우리는 성취보다 욕망과 함께 산다.(We live in our desires rather than in our achievements)” - (조지 무어) 뉴욕과 한국인의 욕망 - 박상미, 『나의 사적인 도시』블로그 글을 모아 엮은 책을 종종 본다. 그중에는 읽어볼 만한 책도 있으나 대개는 돈 주고 사보기 아깝다. 포스트를 모아 엮은 책의 가치, 저자가 들인 노력을 폄훼하는 건 아니다. 사적인 취향 문제라는 사실과 나름의 이유를 지닌 행동이라는 사실만 밝히고 싶다. 그 이유는 블로그 글이 지닌 성격과 연관이 있다. 블로그 글의 대부분은 일기 형식을 띤다. 노트에 쓰는 일기와 다른 게 있다면 글을 읽는 사람을 조금은 고려한다는 점이다. 그럼에도 그런 글은 여전히 읽을 사람을 크게 염두에 두며 쓴 글은 아니다.일기는 두서가 없거나 일관된 흐름을 좇기가 어렵다. 의식을 좇아서 하고 싶은 말을 하는 때가 잦다. 뚜렷한 주제가 없는 주절거림이 되거나 친절하지 않은 글이 되기 쉽다. 무엇보다 애초에 책을 쓴다는 생각으로 꾹꾹 눌러 담은 글이 아닌데 그걸 모아 펴냈다는 점에서 읽는 게 꺼려진다. 『나의 사적인 도시』는 그렇게 블로그에 써온 글을 모아 내놓은 책이다. 저자 박상미는 한국에서 대학을 졸업한 후 뉴욕으로 건너간 사람이다. 뉴욕에서 미술을 공부하고 글을 썼다. 예술가, 번역가, 작가로 활동한다. 약력이 화려해 이 책은 조금 다르지 않을까 싶었지만 크게 다르지 않았다.내용은 좋았다. 예술과 글을 향한 작가의 사랑에 공감했다. 곱씹으며 되새길 만한 구절도 있었다. 미학적 이야기를 이해하고자 작품과 작가를 검색하며 읽었다. 하지만 혼자 백지 위에 흘겨 쓴 글을 읽는 기분에서 벗어나긴 어려웠다. 그래도 신간 평가단 리뷰를 위해 책을 끝까지 읽어야 했다. 내 불만은 다행히 저자가 인정하고 있는 부분이기도 했다.“이 책은 2015년 12월부터 2010년 6월까지 내가 블로그에 기록한 글들을 간추리고 수정한 결과물이다. (...) 뉴욕에서의 내 삶을 한국의 친구들과 일부라도 공유하기 위해 시작했던 일이었고, 글은 두서가 없었다. 맥락이 통하는 하나의 책으로 묶으려면 뭔가 기발한 아이디어와 많은 양의 작업이 필요했다. 통 엄두가 나지 않았다.”(9)“이 원고의 본질은 블로그이고, 내가 쓰던 블로그는 절반쯤의 일기로, 대체로 사적인 글이었다. 이들은 시간 순으로 나열되었고, 오랜 기간 정해진 주제 없이 그날 느낀 것을 지속적으로 써온 글이라는 특징이 있었다. 이 글들이 의미를 가진다면 그것밖엔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9)어차피 모든 일이 지독히 사적이라지만 그 사적인 이야기가 사람의 공감을 사는 이유는 뭘까. 공유할 수 있는 어떤 공통의 지점이 있기 때문일 것이다. 그런 점에서 애초에 난 저자와 공통의 분모가 적었던 게 아닐까. 이렇게 생각하니 이 책이 왜 사람들에게 좋은 평점을 받는지가 궁금했다. 리뷰를 훑어봤다. 그러다 흥미로운 사실을 발견했다. 리뷰들에는 책이 상징하는 무언가를 향한 욕망이 투영되어 있었다. 바로 미학적인 삶, 글을 읽고 쓰는 삶, 뉴욕에서의 삶이었다. 리뷰어들은 대개 이 세 삶을 욕망했다. 글을 읽고 쓰는 삶은 이 책을 읽는 순간부터 공감할 수 있다고 해보자. 그런 삶을 바라는 사람이 이 책을 읽었을 테니까. 그렇다면 미학적인 삶과 뉴욕에서의 삶은 어떤가.저자는 예술을 한 사람이고 공부한 사람이다. 그녀가 서술하는 미학적인 삶은 쉽게 이해할 수 없는 게 맞다. 글에 나온 것처럼 “그림을 즐겨 보고 공부한 사람이 아니라면 그림을 이해하지 못하는 것이 당연”하다. 책에 나오는 갤러리, 예술가, 예술품, 미학적 가치를 읽는 데 어려움이 없으려면 조예가 필요하다. 그 때문에 나뿐만 아니라 다른 독자도 이 책을 쉽게 읽을 수 없다는 사실에 공감했다. 흥미로운 사실은 그 공감의 다음에 온다.“누구나 자신을 ‘문화적’ ‘예술적’이라고 생각하길 좋아한다. 그림을 모르면 야만인이라고 취급받지 않을까 걱정도 한다.” 이런 느낌을 담은 이야기가 많은 리뷰에서 발견됐다. 사람들은 미술, 미학 공부를 하고 싶다며 미학적인 삶을 사는 저자를 동경했다. 우아하고 멋지게, 예술적으로 살고 싶다는 욕망을 반영하는 리뷰들이었다. 이걸 부정적으로 보는 건 아니다. 욕망의 결을 살폈을 뿐이다.뉴욕에서의 삶이 남았다. 세 가지 사실을 언급해볼 수 있겠다. 첫째, 저자는 2004년에 『뉴요커』라는 책을 썼다. 이는 여러 사람에게 뉴욕이라는 도시를 향한 욕망을 불러일으켰다. 둘째, 이 책에서 그녀는 이렇게 말한다. “사람들이 내가 쓴 책에서 원하는 것은 결국 뉴욕일 것이다. 돌이켜보면 사람들이 원하든 원하지 않든 거의 처음부터 나에게 뉴욕이란 도시는 중요했다.” 저자 스스로 사람들이 자신의 책에서 ‘뉴욕’을 갈망한다는 사실을 인지했다. 셋째, 뉴욕을 향한 욕망을 노골적으로 드러내는 흥미로운 리뷰가 있었다. 그 리뷰의 일부를 요약해보면 다음과 같다.그 사람에게 뉴욕은 가보고 싶은 꿈의 도시다. 리뷰어는 이 책을 읽으며 브래지어를 벗고 싶어졌다고 말한다. 선정적인 이유에서가 아니었다. 몸에 걸친 것 없이 페이지를 자연스럽게 넘기다 보면 자신이 박상미처럼 자유로워질 수 있을까 싶은 마음에 벗고 싶어졌다는 것이다. 이 리뷰는 뉴욕의 삶이 ‘자유로운 삶’을 상징한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하지만 뉴욕의 삶이 단지 자유로움에서 끝나진 않을 것이다. 그 리뷰어에겐 뉴욕이란 무엇이었을까. 아니, 한국인에게 뉴욕이란 무엇일까. 책을 읽은 후 내 생각의 방점은 앞의 문장 뒤에 찍혔고 끝났다.2015.6.14. “누군가에게 용산이 특별하고 누군가에게 베를린이 특별한 것처럼, 나에겐 뉴욕이 특별했다. 여기 그려진 뉴욕은 나만의 특별한 뉴욕이다. 그 안에서 내가 본 것 내가 느낀 것, 내가 생각한 것은 모두 뉴욕이란 도시의 일부이고, 나만의 사적인 뉴욕이다. 사적이라 해도 부끄러워하지 않기로 했다. 어차피 모든 일은 지독히 사적인 것에서 비롯하니까.”(10) “사람들이 내가 쓴 책에서 원하는 것은 결국 뉴욕일 것이다. 돌이켜보면 사람들이 원하든 원하지 않든 거의 처음부터 나에게 뉴욕이란 도시는 중요했다. 내가 태어난 도시가 아니라 내가 살기로 선택한 도시. 뉴욕은 나라는 개인에게 매우 사적인 은유였다. 내가 자라나며 불만을 품었던 중산층적 가치들의 전복이 일어날 수 있는 장소. 안정과 위생과 효율보다 도전과 거침과 우회가 인정되는 곳. 불가능하게 치솟은 빌딩들처럼 위대함이 꿈꾸어지고 시도되는 장소로서의 은유. 뉴욕은 내 삶의 변명들을 뭔가 다른 것으로부터 바꾸어가는 데 필요한 나만의 내면적 장치였다.”(88)
난다의 [걸어본다] 세번째 이야기
번역가이자 예술가이자 에세이스트 박상미가
걷고, 보고, 쓰면서 온몸으로 관통해낸 정통 뉴욕 아이템
나의 사적인 도시
저자 박상미의 신간 나의 사적인 도시 는 뉴요커로 오래 살던 저자가 뉴욕에서 본 것, 느낀 것, 생각한 모든 것을 정리해나간 ‘진짜배기’ 뉴욕 이야기로 지난 2005년부터 2010년간 뉴욕에서 써내려간 블로그의 글 A4 700여 장을 다시금 가다듬어 출간한 책이다. 나의 사적인 도시 의 표지로는 한국에 처음 소개되는 아티스트이자 삽화가 솔 스타인버그의 작품을 삼았다.
서문_스스로 자귀 짚다 9
1부(2005~2006)
Never Not an Artist 14
상실의 역사 17
마감 후 신디 18
좁게 살기 20
하이힐을 신고 쓰다 22
절반의 주소, 시인의 집 24
오늘의 디재스터 26
닫힌 과거, 빛나는 책 27
에드거 앨런 포와 주크박스 29
subtlety 34
밤 35
호퍼의 동네 35
calm inside 37
‘마음대로’ 보기 39
반복과 죽음 43
나를 만지지 마시오 45
노트북 추리사건 47
이기와 이타 50
내 종류의 여름 53
폭력성 54
솔직함 56
기억을 보다 57
시인의 산문 59
쓰도록 달콤한 61
철학으로의 소풍 62
정면 64
닮음 65
Life and Death 66
코끼리 드레스 68
헬무트 랭 69
들어올림 71
‘걷기’ 위하여 71
큐비즘 읽기 73
이방인 74
유명하기 때문에 유명한 75
세 번 멈추다 78
겁쟁이 사자 재스퍼 존스 80
2부(2007)
나에게 뉴욕 86
솔 스타인버그의 춤 89
흔적 위에 다시 쓴 91
배우들 vs 배우들 94
항생제 96
눈과 쌀 98
‘My Funny Valentine’들 99
상실 100
매혹과 사랑 사이 101
‘시인적’ 의복 103
언어와 슬픔 104
덜컹거리는 리무진 105
미래로부터 아이디어를 훔치다 107
12월 31일, 1958년 108
이사무 노구치의 정원 미술관 110
나와 돌과 정원과…… 115
윌리엄스버그 118
내부의 부조리함 119
살과 피와 똥의 에로스 121
가구에 꽂히다 125
하루종일 비 126
나는 기억한다 128
‘효과적’예술 130
발튀스와의 일주일 132
complexity 134
백만장자의 모험 134
호퍼의 풍경 136
재즈 인 뉴욕 138
태도들 140
I Hate Perfume 143
노장의 변화 144
‘나쁜’ 그림의 계보 146
유일한 낙, 누드 트리 148
크리스마스와 쇼핑의 관계 149
빈방의 빛 150
마르트의 얼굴 152
3부(2008)
지브란의 신화 156
버터플라이 158
천장 높은 방의 기억 160
음식 아닌 음식 161
설터와의 저녁 163
뤼크 튀이만을 만나다 165
편두통과 오리엔탈 카펫 167
블러디 맥베스 168
‘보호’의 끈 169
그린의 인간들 171
3분의 1에 대한 애도 : 레이 존슨 173
무의식의 일들 176
깨질 수밖에 없는 177
마음에 남는 이미지 178
나를 여행하게 하소서 180
거스틴의 드로잉 183
뉴욕에서 노래 부르기 184
건물을 연주하다 186
불꽃놀이 189
실험적 걷기 190
‘훈훈한’ 여름 패션 192
줄 위의 친구들 193
그녀의 콘트라포스토 194
침묵과 변주의 성전 196
책상 풍경 202
마틴 마르지엘라 205
터키식 방 206
소파와 담요와 소멸 속에서 208
취향 의 뒷얘기들 210
공기 속 단어들, 종이 위 시인들 214
뉴욕 부류 215
The Gift 217
겨울 속 여자애 219
1953년 존 치버의 크리스마스 221
취향 이상의 취향 222
늑대를 요리하는 법 226
4부(2009~2010)
잔더의 아이들 232
스틸 라이프 234
우아함 236
무신론의 간략한 역사 237
겨울 239
나이스 뷰 239
아네모네 243
로즈 가든 244
모바마의 런던 패션 244
비싼‘ 여자들’246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허브 250
장례식 다음날 251
희열 254
베이컨 회고전 254
모래 한 알 258
어디에도 없는 갤러리 259
막바지 260
초기작 261
베리만의 귀신들 265
시인의 소포 267
마침내 여름 268
오, 윌리스 269
번개 들판 유감 270
생일 271
얼마 전 기하학 273
앨리스 먼로 274
자유, 거스턴 276
간만에 자전거 278
In Praise of Shadows 280
그림과 그림자 282
소호 밤길 284
파슬리 285
착한 사람 호세 287
Originality vs Authenticity 288
모피를 입은 비너스 290
다운힐 레이서 292
팜 코트 294
뉴욕의 젊은 시절 295
미스터리 297
서늘했다 299
Division St 300
애틋한 뉴욕 301
- Total
- Today
- Yesterday
- 화르르 뜨겁게 타오르는 불
- 완역 사기 세트
- Why? 와이 홉스 리바이어던
- 내 소원이 뭔지 별님은 알까?
- 인생의 절반쯤 왔을 때 읽어야 할 논어
- The One and Only Ivan
- 바다의 지배자 항공모함
- 동방색기첩
- 푸른 숲에는 메뚜기 악단이 노래해요
- [고화질] 바라카몬 14권
- 칭기즈칸의 칼
- 가문비나무의 노래 (리커버 한정판)
- 아프리카에서 돌아온 타잔
- 책으로 노는 집
- [대여] [고화질]밤을 걷는 선비(컬러연재) 001화
- 르 지라시 8
- 홀 The Hole
- 나쁜 소년이 서 있다 - 민음의 시 149
- 이선 프롬 - 문예 세계문학선 074
- 태극기 이야기
- 한다 군 6
- Why? 와이 한국사 나라의 시작
- 미치도록 쉬운 기타 1
- 아다치와 시마무라 4
- 마티스 MATISSE 명작 400선
- 스페셜(special)
- 역사가 된 그림
- 유학갈 때 꼭 알아가야 할 필수표현 200 & Beyond
- 종교개혁가들
- 1000만원으로 시작하는 재개발투자
일 | 월 | 화 | 수 | 목 | 금 | 토 |
---|---|---|---|---|---|---|
1 | 2 | |||||
3 | 4 | 5 | 6 | 7 | 8 | 9 |
10 | 11 | 12 | 13 | 14 | 15 | 16 |
17 | 18 | 19 | 20 | 21 | 22 | 23 |
24 | 25 | 26 | 27 | 28 | 29 | 30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