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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군가 내게 좋아하는 음식이 뭐냐고 물으면 나는 지금까지도 항상 두 번 생각 않고 파스타 라고 한다. 사실가끔마트에서구입한소스로 만든 스파게티를 집에서 먹을 뿐이지만 파스타 전문점에는 주기적으로 가야 할 만큼 중독적이다. 파스타를 좋아할 수 밖에 없는 이유는 종류가 워낙 다양한데다가 나름의 매력이 있기 때문에 질릴 수 가 없기 때문이다.
영국에 있었을 때는 인스턴트 피자와 스파게티를 본의 아니게 자주 먹을 수 밖에 없었다. 홈스테이를 하면 당연히 메뉴를 정할 수 있는 권한이 주워지지가 않는다. 그냥 주는대로 먹어야 한다. 영국인들의 음식에 대한 철학을 나는 그 때 엿볼 수 있었다. 이탈리아 음식이란 아주 간단히 만들 수 있는데다가 먹을 만하기에 그저 배만 부르면 된다는 욕구로 음식을 만들어 먹는 것이다. 그 후에 혼자 나와서 살게 되었을 때는 이탈리안 룸메이트와 함께 살았었는데 그녀가 만든 파스타를 먹어보고는 감탄을 금할 수 없었다. 아주 간단히 만들었음에도 그 맛은 기가 막혔기 때문이다. 진짜 파스타란 바로 그런 것이었다.
파스타를 제일 좋아한다고 떠벌리고 다니는 내게 이탈리아 음식에 대한 책은 나의 지적 욕구를 자극하지 않을 수 없었다. 이탈리아에서 요리학교를 수료하고 시칠리아의 한 식당 주방에서 보조 주방장으로 일한 한국인 저자의 에피소드를 다룬 내용이다. 세계 어느 곳을 가더라도 주방이라는 곳은 참으로 거칠고 힘든 것 같다. 저자의 이탈리아 주방에서의 여러 에피소드가 조금은 비인간적으로 느껴질 정도였다. 그렇지만 그런 정신의 이면에는 요리에 대한 철학이 확고하기에 프로정신이 깃들 수 밖에 없음을 알게 되었다. 우리나라만큼 식당이 많은 나라도 드물테지만 그 많은 식당 중에서 정말 음식에 정성을 담은 가치가 있는 곳은 얼마나 될까. 조미료만 가득 뿌려서 손님에게 장사를 한다는 생각을 하는 식당에도 사실 점심시간에는 직장인들로 붐빌 수 밖에 없다. 이런 나라에서 음식 장사란 그저 돈벌기 수단으로 전락할 수 밖에 없는 것이다.
우리도 이탈리아처럼 미슐랭 같은 권위있는 맛집 가이드가 있다면 아마 조금은 달라질 듯 하다. 언제부터인가 매스컴에 소개되는 맛집도 그저 돈 뿌려서 시청자들을 기만하는 광고에 그치고 있기 때문이다. 셰프에 대한 대우 또한 이탈리아와 무척 다르다는 점 또한 한 몫 하는 듯 하다. 그럼에도 이탈리아의 여러 음식들이 우리나라 음식들과 많이 비슷하다는 점에서 우리도 아시아의 이탈리아가 될 수 있는 가능성을 보았다. 외국에 있으면 우리나라 음식이 가장 맛있고 종류가 매우 다채로움을 느낄 수 있다. 이런 저력이 있기에 주방에서의 프로정신으로 빚어낸 영혼이 담긴 음식을 만드는 음식점들이 많아지는 날이 곧 오기를 바란다.
게으른 편집장에서 좌충우돌 셰프로 변신하다!
사람의 마음을 요리하는 박찬일의 유쾌 통쾌한 이야기
대학에서 소설을 전공하고 월간지 편집장으로 활약하던 30대 초반, 돌연 요리에 흥미를 느껴 이딸리아 유학을 결심. 지금은 이딸리아 음식 요리사이자 와인 전문가로 이름을 알리고 있는 박찬일의 산문집. 이 책은 저자의 유학 체험을 바탕으로 우리가 몰랐거나 잘못 이해하고 있는 이딸리아의 음식뿐만 아니라 문화와 전통에 대해 맛깔스럽고 친절하게 들려준다. 깊은 사유와 통찰력을 경쾌하고 통쾌한 어법으로 풀어내는 저자의 글들은 우리의 편견과 상식을 뒤엎을 뿐만 아니라 진한 사람냄새를 풍기며 감동과 즐거움을 선사한다.
글 전반에 녹아든 저자의 기지와 해학은 절묘해서 독자를 강하게 끌어들인다. 매 꼭지마다 배꼽을 잡고 웃게 만들 만큼 그의 유머감각은 뛰어나다. 고된 유학생활과 식당실습, 그리고 이국에서 느끼는 외로움과 향수와 싸우면서 그가 겪은 체험과 에피쏘드들은 우리를 새로운 세계로 이끌어간다. 소설을 전공한 이력 때문인지 경쾌하고도 힘있는 개성적인 문장은 산문 읽는 참맛을 느끼게 한다.
이 산문집의 주재료는 그가 요리학교를 졸업하고 이딸리아 중에서도 시골인 씨칠리아의 작은 마을 모디까의 식당 ‘파또리아 델레 또리’에서 겪은 좌충우돌, 요절복통 일상사이다. 물론 요리 이야기가 주로 등장한다. 하지만 저자의 장점이 발휘되는 것은 그의 이야기가 요리에 그치지 않고 요리를 매개로 펼쳐지는 상상력이 인간과 자연, 문화와 관습과 전통에까지 닿아 있기 때문이다. 이를 통해 우리가 그간 알고 있었던 이딸리아 요리와 문화에 대한 상식을 깨뜨려준다. 이딸리아에서 스테이크를 자주 먹지 않는다는 것, 식당에 피클이 없다는 것, 마늘과 고추를 즐겨 먹지 않는다는 것, 빠스따에 대해 잘못 알고 있는 것 등등 흥미진진한 이야기들이 매 편마다 등장한다. 그밖에도 이딸리아인들 특유의 제스처와 축구에 대한 열정, 우리와 닮은 다혈질에 다정다감한 민족성에 대해서도 해학적으로 들려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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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나는 씨칠리아에서 피자 반죽처럼 곤죽이 됐다오 / 2. 공산당도 빠스따를 먹는다고? / 3. 주방에서 힘자랑하지 말라네 / 4. 리틀맥 vs 빅맥 / 5. 한여름밤의 전갈 소동 / 6. 라비올리를 삶아라 / 7. 요리 방송에 출연한 쥬제뻬 / 8. 이딸리아에 마늘 자학극은 없다네 / 9. 참치를 잡아라 / 10. 손님과의 투쟁, 식당은 전장이다 / 11. 씨칠리아의 기사식당 / 12. ‘씨네마 천국’이 없었다면 / 13. 특명! 돼지를 잡아라 / 14. 진짜 쏘시지를 만들자 / 15. 미국 녀석들, 제대로 골려주마 / 16. 이딸리아와 한국의 음식은 닮았을까 / 17. 씨칠리아의 어시장 / 18. 경찰서는 죽어도 가기 싫어요 / 19. 섭씨 50도 씨칠리아에서 통닭구이 되지 않는 법 / 20. 쥐를 잡아라 / 21. 포르노 대소동 / 22. 뽀모도로, 토마토쏘스를 끓이다 / 23. 미슐랭 별을 따볼까나 / 24. 미슐랭이냐 ‘붉은새우’냐 / 25. 푸아그라는 참아줘요 / 26. 마리아 아줌마의 법력 / 27. 한국 사람은 밥심으로 산다네 / 28. 뻬뻬, ‘뽀모도로’는 잘돼가? / 29. 요리학교 시절 / 30. 붉은 팬티와 월드컵의 추억 / 31. 마지막 씨칠리아, 안녕 / 작가의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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