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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가 된 그림

spandy 2024. 2. 20. 21:07


직장에서 가끔 책을 빌려주곤 한다. 그렇게 빌려줬던 책을 못 받아 가슴앓이를 한 적도 있지만 대부분은 잘 읽고 돌려주는 편이다. 여러 번 빌려주다 보면 어떤 장르의 책을 좋아하는지도 대강 알게 된다. 대부분은 읽기 가벼운 책을 원한다. 일본소설이라든가, 한국 수필 같은. 책에서 휴식을 찾고 싶은 사람이 대부분이기 때문에 나도 어렵고 두꺼운 책을 굳이 권하지는 않는다. 안 그래도 멋진 몸매를 가지고 있는데 초콜렛이나 과자로 고마움을 표시해주는 덕분에 날로 몸무게는 늘어만 간다. 그런데 이번에는 달랐다. 책이 한 권 늘어 돌아왔다. 처음 들어보는 책이었다. 위안부 할머니들의 미술치료 사례집이었다. 고맙다는 말을 전했지만 선뜻 책을 펼쳐 보기가 두려웠다. 위안부 할머니들을 후원하는 물품을 살 때와는 또 다른 느낌이었다. 같은 여자로서 그들이 겪어야했을 일들이 너무 끔찍하게 다가왔기 때문인지도 모르겠다. 무언가 도움이 필요한 아이들에게도 미술치료는 많은 도움이 된다고 들었다. 위안부 할머니들처럼 외상 후 스트레스 증상이 심하게 나타난 사람들에게는 더욱 도움이 되었을 활동이다. 그런 일을 겪고 바로 치료를 받은 것이 아닌데다, 그동안 숨어 살아오면서 느꼈을 분노가 켜켜이 쌓여 있었을테니 풀어내는데 한참이 걸렸을 것이다. 게다가 지금 생존해있는 할머니들의 평균나이가 90에 육박한다고 하니 그들의 말처럼 “일본과 우리 정부는 우리가 다 죽기를 바라는가”라고 하실만 하다. 아직도 해결되지 못한, 우리 정부가 주도해서 그들을 모욕하고 있는 지금의 현실에, 이 책은 읽는 것은 더욱 더 마음이 불편해지는 일이었다. 일곱 분의 할머니와 나눈 그림치료, 그리고 그들의 인생 이야기가 펼쳐진다. 어린아이들처럼 삐뚤삐뚤 그려진 그림 속에서 아직도 할머니들의 나이는 위안부로 끌려가기 전 나이에 머물러 있는 것처럼 느껴졌다. 고향을 그리는 그림에서 보이는 천진난만함과는 달리, 위안부 생활을 할 때의 그림 속에는 밝은 빛을 발견하기가 어렵다. 군복을 입은 일본인들의 모습, 상대적으로 헐벗은 자신들의 모습을 아무리 치료라는 이름으로 그린다 해도 어찌 가슴으로 울지 않을 수 있을까. 아무리 나이가 들어 다 돌아가신다고 해도 그 일은 후세에 기억되어야 할 일이며, 반드시 일본이 사과를 할 일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미술치료를 통해 잔인한 기억들을 이끌어내어 다시 기억하게 하는 슬픔의 과정은 아니었기를, 할머니들의 응어리 진 한들이 조금이나마 풀렸기를 바래본다. 2017년 다시 생각해보는 위안부 할머니들의 이야기, <역사가 된 그림 : 위안부 할머니들의 미술치료 사례집>이다.


서문

PART 01 김화선 할머니의 이야기
PART 02 강일출 할머니의 이야기
PART 03 김순옥 할머니의 이야기
PART 04 박옥선 할머니의 이야기
PART 05 배춘희 할머니의 이야기
PART 06 이옥선 할머니의 이야기
PART 07 김군자 할머니의 이야기

ㆍ할머니들과의 미술치료 현장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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