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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변에서 일어나는 많은 현상들 중에 과학과 관련이 없는 것이 얼마나 될까? 이 책을 읽으면서 하게 된 생각이다. 정말이지 하찮다고 생각했던 여러 가지 일들이 과학적 논리로 설명되고 있었다. 하지만 또 모든 일을 과학적, 논리적으로 분석만 하려든다면, 세상을 보는 눈은 딱딱해질 것이다. 이 물구나무 과학이란 책은 세상을 논리적이면서도 정감있게 볼 수 있는 길을 잡아주었다. 단군 신화에서의 곰의 변신, 성모마리아의 무염수태...... 그냥 기발하고 상상이 뛰어난 이야기일 뿐이라고 치부했었다. 하지만 유전공학이 발달한 지금, 여기서는 새로운 관점에서 신화를 바라보고 있었다. 유전자 재조합 기술로 사람들은 새로운 생명체를 만들어내곤 한다. 혹시 웅녀나 예수가 유전자 공학의 산물?
책의 내용이 이끄는 대로 끝없는 상상을 해 본다. 마늘과 쑥, 그리고 햇빛 차단 등의 요소가 유전공학적인 작용을 해서 유전자가 변해버렸다고 하면 너무나 터무니없는 생각인가? 현대에 유전공학으로 탄생하는 슈퍼 쥐, 복합 동물의 형질을 가진 하이브리드 등은 모두 유전자적인 변형을 거친 것들이다. 그렇다면 아직 우리의 과학이 그 곳에 미치지 못했을 뿐 웅녀의 변신도 그리 신비한 일만은 아닐 것도 같다.
마리아의 무염수태와 비슷한 이야기들은 복희씨 전설과 같은 동양 전설에서도 발견된다. 여기에는 단성생식이라는 과학이 적용된다. 단성생식이란 부모의 유전자 결합 없이 어느 한 쪽의 유전자만 받아 2세가 태어나는 것이다. 진딧물, 꿀벌, 물벼룩 등에서 이 현상을 볼 수 있는데 심지어 포유류도 단성생식을 한다는 보고가 있었다. 사람에게도 단성생식이 일어날 수 있다는 말일까? 실제로 제 2차 세계대전중 한 여성이 폭격을 당한 후 임신이 되어버렸다고 한다. 아이의 성격과 외모가 엄마와 거의 흡사해 과학자들은 너무 큰 충격이 생식 활동에 변화를 일으켜 단성생식을 해버린 것으로 추정했다.
그렇다면 예수와 복희씨의 탄생은 가능했던 것인가? 현재 과학의 정답은 불가능하다 이다. 유전자가 똑같은 단성생식에서는 여자가 남자를 낳을 수 없기 때문이다. 현대 과학이 미흡한 점도 있겠지만, 신화는 그냥 이렇게 신화로서 남겨두는 것도 낭만적인 일 같다. 지난 여름 친구들과 함께 시내에 나갔는데 유독 내게만 벌레가 붙었던 적이 있다. 당황스럽고 창피했지망, 노란색 티가 너무 화려해서 그런 것이라고 위안을 삼았었다. 옆 친구의 나 못지 않게 화려한 색인 빨강 옷에는 벌레가 붙지 않는 것을 보고 의아해 하기도 했다.
산과 들에 자생하는 꽃을 보면 백색과 황색이 제일 많다고 한다. 백색과 황색을 벌나비가 가장 좋아한다는 의미이다. 이 내용을 읽고 순간 저번 일이 생각나서 웃음이 나왔다. 역시 옷의 색깔 때문이었다. 그렇다면 친구의 빨간 옷은? 벌과 나비들의 곤충들은 빨간색을 못 본다고 한다. 무심코 지나갔던 일에 곤충의 비밀이 숨겨져 있을 줄이야. 그런데 내 노란색 옷을 꽃으로 보기라도 한 건가? 아무튼 내 눈엔 아름답게 보이는 빨간색을 벌과 나비들은 그다지 좋아하지도 않고, 아예 볼 수도 없다니 놀라울 뿐이었다. 벌나비까지 갈 것도 없이 인간 세상만을 생각해 보았다. 내게는 소중한 무언가가 남에겐 아무것도 아닐 수 있고, 남에게 소중한 것이 내겐 아무 것도 아닐 수 있다. 세상은 항상 나를 중심으로 돌아간다고 생각해야 좋다지만, 역지사지란 말도 있지 않은가? 남의 눈에서도 한번쯤 세상과 나를 바라봐야겠다는 생각을 해 본다.
나는 믿고 있는 종교가 없다. 하지만 아기예수의 베들레헴별에 대한 이야기는 들어보았었다. 별똥별이 아니었나? 하고 생각했었는데, 가만 생각해보니 동방박사들이 계속 보고 따라가려면 오랫동안 특별히 빛나는 별이어야 했다. 그러면 당시 동방박사들이 왕이 태어날 징조로 여겼던 별은 과연 무엇이었을까? 우선 식, 혜성, 합, 초신성 등이 후보에 올랐다. 초신성은 별이 진화의 마지막 단계에서 폭발하면서 한순간에 엄청난 빛을 내면서 밝아졌다가 차차 어두워지는 현상이다. 하지만 기록상 초신성을 묘사한 것은 찾아 볼 수가 없다. 베들레헴의 별에 대한 설명 중 가장 설득력 있는 것이 합 현상이다.
합이란 두 천체가 시선 방향에 나란히 놓이는 현상인데 훨씬 더 밝아 보여 마치 새 별이 생긴 것처럼 보인다. 유명한 과학자 케플러는 이 합 현상을 초신성으로 설명했는데, 나란히 놓인 별이 합쳐져 엄청나게 밝은 별을 새로 생성한다니 지금의 생각으로는 정말 어이없는 일이다. 그 시대의 위대한 과학자도 이런 오류를 범할 수 있다는 사실은 우리 과학이 한층 더 겸손해져야 한다는 교훈을 준다. 또 그 시절에 발행되었던 동전의 그림이 양자리에서 이루어진 목성과 달의 합 현상을 묘사하고 있어 목성과 달의 합이 바로 베들레헴의 별일 수도 있다는 추정도 있다.
이 내용들중 뭐니뭐니 해도 내가 놀랐던 것은 정작 별의 정체가 아니라 예수의 탄생시기가 정확하지 않다는 사실이었다. 당연히 A.D 1년에(년도에는 0년이라는 것이 없다는 사실도 이 책에서 알려주었다.) 태어났을 거라고 생각했었는데, B.C 6~7년에서 A.D 7년까지 다양한 추측이 있다고 한다. 당연할 거라고 생각했던 상식들에 이런 오류들이 있을 줄이야! 과연 예수는 언제 태어난걸까? 동방박사들이 따라갔다는 별은 진짜 있었던 별일까?
이 책을 읽으면서 이외에도 많은 과학적 사실들을 알았다. 각각의 소재에 대해 깊이있게 다루지는 않아서 궁금증이 확실히 풀리지 않아 아쉬운 점도 많지만, 정말 친숙한 이야기들을 너무나 정감있게 풀어낸 점이 참 좋았다. 또 내가 알고 있었던 상식들이 오류 투성이었다는 사실에 많이 놀랐다. 세상을 바라보는 눈을 많이 바꿔야겠다는 생각을 한다. 알고 있던 사실에도 다시 한 번 의문을 갖고 살펴보는 것은 어떨까? [인상깊은구절]서문
대학 시절에 모두 함께 불렀던 타박네야 라는 노래가 있었다. "타박타박 타박네야 너 어드메 울고 가니/우리 엄마 무덤 가에 젖 먹으러 찾아간다/우리 엄마 무덤 가에 개똥참외 열렸는데/두 손으로 따서 들고 정신없이 먹어보니/우리 엄마 살아생전 내게 주던 젖 맛일세" 하는 가사가 있었다. 그때 문득 개똥참외의 내력을 상상해보다 내가 어린 시절 수박을 먹고 경험했던 일이 떠올랐다. 수박을 먹다 보면 어쩔 수 없이 몇 개의 씨는 그냥 삼키게 된다. 그리고 다음날 똥을 누면 똥 속에 수박 씨가 고스란히 박혀 있는 것을 볼 수 있었다. 똥은 두엄자리에 버려지고 두엄은 밭에 뿌려졌다. 그런 다음 밭에서는 기대하지도 않았던 수박 순이 자라나는 것을 볼 수 있었다.
1. 비너스는 왜 바람을 피웠을까
2. 동방박사들은 무엇을 보았을까
3. 시험 전날에 먹는 찹쌀떡
4. 아들딸 골라 낳기
5. 귀신은 왜 여름에 많을까
6. 아홉수와 13일의 금요일
7. 상사병과 사랑니
8. 바늘구멍 황소바람
9. 엄마 손은 약손
10. 별에 대한 오해
11. 간지럼나무와 대추나무 시집보내기
12. 찔레꽃은 붉지 않다
13. 선녀의 옷자락에 바위가 닳을 때까지
14. 서리 맞은 단풍은 꽃보다 붉지 않다
15. 삼복 더위와 누렁이의 수난
16. 황금빛 까마귀를 추모함
17. 모란꽃은 정말로 향기가 없을까
18. 나비는 장자의 꿈을 꾸지 못한다
19. 초상화는 왜 왼쪽 얼굴이 많을까
20. 승천하는 용은 토네이도
21. 제왕 절개로 만드는 사주
22. 관상은 어디까지 과학인가
23. 돌을 쇤 아이는 왜 두 살일까
24. 모세의 기적과 진도의 바닷길
25. 달 속의 계수나무와 옥토끼
26. 동물이 경칩날을 아는 비결
27. 눈 오는 날 강아지는 왜 행복할까
28. 곰의 변신과 마리아의 수태
29. 공동 묘지의 도깨비불
30. 진시황의 불로초는 가능한가
31. 솔잎 넣고 송편을 찌는 뜻은
32. 여인의 봉숭아물이 더 진해지는 까닭은
33. 봄볕 아래 생각하는 시어머니와 며느리
34. 잘 나가는 제비의 자식 사랑 부부 사랑
35. 토끼와 용왕의 병
36. 연금술의 지혜
37. 인간과 더불어 산 얼음의 비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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