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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 가구밖에 살지 않는 마을이지만 이 마을은 남북을 경계로 서로 다른 이름으로 불린다. 남쪽 언덕 마을은 세 가구인데 양지 마을이라 부르고, 마을 중앙은 우묵한 곳에 위치한다고 해서 구릉 마을, 내가 살고 있는 북쪽 언덕은 황토가 난다고 해서 황토목이라고 부른다. 내가 들어오고 난 후 이 마을은 총 열 가구에서 열한 가구로 늘어났다.책은 이렇게 시작합니다. 열 가구밖에 살지 않는 동네에 붙은 이름은 3개나 된다고 합니다. 재작년 드디어 읍내로 이사를 오기 전까지 전 시골에서 태어나 시골 생활을 했었답니다. 하루에 버스가 5번 오는 동네였고 눈이 오면 온통 설국으로 변해버려 차 한 대 다니지 않는 산골짜기였어요. 그렇지만 농사를 짓지도 않았고 풀을 매지도, 가을걷이를 직접 거들어 본 적 없었답니다. 다만 조용했고 평화로웠던 동네로 기억하고 있어요. 그렇게 무심하게 지나쳤던 시골 풍경과 그곳에 사는 할머니, 할아버지의 이야기를 제대로 그려보기는 이 책을 읽고 나서였답니다. 못 알아듣는 경상도 사투리를 사전으로 찾아가며 이해하고 암기도 해보며 최대한 천천히 음미하며 책을 읽어나갔어요. 책장을 넘길 때마다 가슴이 아파지는 문구를 한참 바라보기도 했답니다. 이런 표현을 어떻게 쓰셨을까. 책 속에 틈틈이 소개된 사진을 보면서 스님은 표현을 창작했다기보다는 자연과 자연이, 자연과 사람이 서로 뒤엉켜 있는 모습 그대로를 옮기셨다는 생각이 들었답니다. 현란한 기교의 글이 아니라 자연 그대로 천천히 햇살이 간장을 조리듯이 옮겨진 글이었죠.눈으로 보는 것에 현혹되어 섣불리 욕심냈던, 간절히 바라는 게 무엇인지도 모르고 욕심 부렸던 제가 부끄러워집니다. 풀밭을 헤치듯 내 마음을 헤쳐보고 제가 눈감아 외면했던 세상에 다시 눈을 뜨려고 노력하면서 책의 마지막 장을 덮었습니다.남에게 본인의 방식을 강요하지도 않고 다른 이의 방식을 나에게 강요하지도 않는 삶. 영덕 칠보산 기슭 산막에서 스님이 2년가량 머물며 남기셨던 기록은 이제 사라져가는 삶의 기록이었습니다.(이 리뷰는 예스24 리뷰어클럽을 통해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되었습니다.)
지율스님이 기록한 땅에 엎드린 사람들의 심고 가꾸고, 낳고 기르고, 거두고 나누는 이야기 이 책은 천성산 지킴이 , ‘도롱뇽 소송’으로 잘 알려진 지율스님이 경북 영덕 칠보산 기슭의 산막에서 쓴 농사일지이자, 열 가구가 모여 사는 오지 마을 어르신들이 평생 땅을 일구며 살아온 이야기를 담은 에세이이다. 생명을 파괴하는 자본과 권력에 맞선 오랜 단식을 끝내고, 걸음도 걷지 못하는 몸으로 마을에 들어온 지율스님은 심고, 가꾸고, 수확하고, 나누는 어르신들의 모습을 기록하며 죽음의 문턱에서 삶으로 돌아올 수 있었다. 서로 일손을 보태고 음식을 나누며, 오순도순 투덕투덕 정을 쌓아가는 마을 어르신들의 일상을 통해 자연스레 생명의 귀함과 인간사의 애틋함을 느낄 수 있다. 또한 초봄 땅이 풀리자마자 시작되어 절기에 따라 진행되는 소농들의 농사짓는 이야기를 통해 농촌의 한해살이를 찬찬히 들여다볼 수 있다.

들어가며 / 7

1월
광야에서 / 18
신수 / 19
동장 선거 / 20
남아 있는 나날 / 22
나무 할배와 나무 할매 / 23
바람 소리 / 28
샘가의 박새 / 29
눈 위의 발자국 / 31
소처럼 순하게 살자 / 33

2월
묵밭을 일구며 / 36
작고 아름다운 오래된 샘가에서 / 37
마을 대청소 / 39
구정을 앞두고 / 41
쑥을 뜯으며 / 42
제왕의 추락 / 43
쑥국을 끓이며 / 45
공양물 / 46
봄이 오는 소리(입춘) / 49
훈이와 현이에게 / 50
이정표 / 52
장 담그기 / 53
발렌타인데이 / 55
오래된 기억 / 56
동제 / 58
똥장군을 지고 / 61

3월
할미꽃의 슬픈 전설 / 64
고추 모종 / 65
마음의 예경 / 66
두엄을 넣으며 / 68
이제는 우리의 밭을 가꾸어야 할 때 / 70
2월 할매 / 71
한담 / 74
고향 친구 / 75
마실 오신 할매들 / 76
산골 마을 이장님 / 80
묘목을 옮겨 심으며 / 82
비 끝에 / 84
찔레차를 덖으며 / 85
묘판 짜기 / 87
그래도 개구리가 노래하는 세상이
아름답다 / 88
쥐구멍에도 볕들 날 있다 / 90

4월
살구꽃 나무 아래서 / 95
아름다운 동행 / 96
돌보고, 거느리고, 보살피는 동안 / 97
할아버지의 방 / 98
솥 장수가 왔다 / 100
4월의 장터 / 102
소를 보았다 / 105
영덕 버스 터미널에서 / 106
우리의 아이 / 107
가재를 놓으며 / 108
송아지와 병아리 이야기 / 109
더덕 밭에 엎드려 / 111
자전거 길에서 / 112
4월의 바람 / 114

5월
내가 사는 이 암자 나도 몰라라 / 118
나무들이 푸른 잎을 펼치는 계절에 / 120
부동산 사업자들 / 121
부처님 오신 날 / 123
나물 길 / 124
찔레꽃 향기 / 127
저 물논에 심어진 것은 / 130
할배의 맨발 / 134

6월
퇴비 이야기 / 139
옥이 할아버지와 소 / 140
이모작, 콩 심기, 거름 만들기 / 142
우리 옥이 / 144
마늘, 양파 수확 / 146
보리 베기 / 149
감자 밭에서 / 151
할머니와 칼국수 / 153
풀과의 전쟁 / 154

7월
이장님 댁 밥통 외등 / 161
곡물 지키기 / 163
감자 수확 / 164
아름다운 동행 / 167
나무 할배와 사탕 / 168
여름의 현 / 169
물에 떠내려간 꽃잎들처럼 / 173
인드라의 하늘 / 174
가슴 졸인 날 / 175
돌아갈 수 없는 먼 고향 이야기 / 176
자야네 할아버지 제사 / 178

8월
지게를 지고 / 182
고추 농사 / 184
여우비 / 186
태양초 말리기 / 188
양철 지붕에 올라 / 191
할매의 분홍 나일론 이불 / 195

9월
이장님 댁 송아지 워우 / 198
흙집에 산다는 것 / 200
시골 마을버스 기사님 / 202
할머니의 쌈짓돈 / 204
아름다운 동행 / 207
밤을 주우며 / 208
가을마당 / 209
대목장 / 210
허수아비가 되어 / 213
한가위 / 214
송이 채취 / 216

10월
꽃씨 공양 / 221
세월 / 222
가을걷이 / 225
나락을 털며 / 229
진흙의 부처님 / 231
가을 들판에서 / 232
가을마당 / 234
하늘의 뜻 / 236
하모, 하모 / 240
▶◀ / 242
가족 / 244
백 년 동안의 기억을 묻으며 / 246

11월
11월
새끼를 잃고 우는 어미 소의 울음소리를 들으며 / 252
동안거 결제일冬安居 結制日 / 254
겨울 채비 / 255
할배 / 256
원행 / 258
별똥별을 먹는 마을 / 259
갈비를 긁다 / 260
소설(김장) / 261

12월 산불 아저씨 / 265
겨울 동해 / 266
꿀 따기 / 267
거름 뒤집기 / 269
콩 타작 / 271
집에 대한 단상 / 273
공양미 / 274
예쁘죠? / 276
동지 / 278
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 / 280
황금 고리 / 282

지율, 생명의 다른 이름 _ 김택근 / 28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