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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 없는 나의 집 언젠가 흔적 없이 사라질 나 자신이 세상에 대하여 실체가 아닌 것처럼, 내 위에 덧입힌 가족, 직업, 민족, 국적 같은 것들도 결국 그 자체만으로 나에 대하여 실체가 될 수는 없는 것이다. 이런 세상 속에서 나는 영혼의 자유로운 탈출을 마련해보려는 요량으로 소설을 쓰고 있다는 작가의 말처럼 작은 조선족 마을에서 태어나 두 언어를 사용하며 자라온 작가 자신이 생을 다해 고민했을 정체성의 문제는 결국 ‘진정한 나는 대체 누구인가’라는 질문으로 되돌아와 「세상에 없는 나의 집」을 쓰게 했을 것이다. <저자 금희> 1979년에 태어나 중국 지린성(吉林省) 주타이(九台市) 조선족동네에서 자랐다. 옌볜자치주 옌지시에서 사범학교를 졸업하고 베이징로 신문학원 13기 중청년 고급연수반을 수료했다. 2007년 단편소설 「개불」로 윤동주 신인문학상을 수상하면서 작품 활동을 시작했고, 작품집으로는 중단편소설집 『슈뢰딩거의 상자』가 있다. 현재 중국 지린성 창춘시에 거주하면서 작품 활동을 하고 있다. 7편의 소설이 실렸는데 몇 편만 소개하기로 한다.소설들의 인물들은 두 개의 언어를 사용하는 경계인, 더 잘살기 위해 집을 떠나 바깥을 떠도는 생활인들의 이야기여서 세상에 지친 존재를 환대해주고 평안하게 누여줄 ‘집’을 소망한다.[세상에 없는 나의 집]의 ‘나’는 자신을 “이도 아니고 저도 아닌 사람”으로 느끼며 ‘온전한 나 자신’을 꿈꾼다. ‘나’가 남편과 공동명의로 마련한 ‘나의 집’은 ‘우리들’ 이름으로 서류를 작성한 최초의 ‘우리 집’이다. 봄이 거의 다가올 무렵, 나와 남편은 우리들 이름으로 서류를 작성한 최초의 ‘우리 집’으로 가보았다. 삐꺽하고 둔중한 철제문이 눈앞에서 열리는 순간, 나는 중국이 우리에게 마련해준 ‘우리의 집’을 처음으로 보게 되었다. 아직 차가운 겨울의 공기가 텅빈 집안을 가득 메우고 있었다. -세상에 없는 나의 집 p21
조선족 작가 금희가 한국문학에 던지는 신선한 질문

중국 장춘에 머물며 한국과 중국에서 작품을 발표하고 있는 조선족 작가 금희(본명 김금희)가 한국에서 처음으로 소설집 세상에 없는 나의 집 을 선보인다. 금희는 2013년 소설집 슈뢰딩거의 상자 (료녕민족출판사)를 중국에서 출간한 뒤 2014년 봄, 계간 창작과비평 에 조선족 사회의 탈북 여성 이야기를 다룬 단편 「옥화」를 발표하며 한국 문단에 신선한 활력을 불러일으켰다. 현실을 뚫고 나가는 박력있는 서사와 섬세한 심리묘사로 조선족 사회에서 바라보는 탈북자 문제, 중국의 소수민족으로서 체감하는 정체성의 갈등 과정 등을 핍진하게 그려낸 일곱편의 이야기를 읽다보면 한국문학의 시야가 금희 이후 또 한번 넓어졌음을 절로 느낄 수 있다. 결코 우회하지 않는 금희 소설의 다채롭고도 선명한 이야기는 새롭고 의미있는 징표이자 신선한 질문으로 다가올 것이다.


세상에 없는 나의 집
봉인된 노래
옥화
월광무
쓰레기통 위의 쥐
돌도끼
노마드

해설|백지연
작가의 말
수록작품 발표지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