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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pandy 2024. 2. 2. 21:29


1.문학은 표구된 명작 을 분해하는 해체 작업이 아니라 읽고 창작하는 즐거운 말놀이여야 한다. 그런 취지에서 문학 수업 시간에 아이들과 글쓰기를 참 많이 한다. 그래도 고등학생 쯤 되면 배워온 가락이 있어 산문은 그럭저럭 쓰는데 시는 쉽게 내놓지 못한다. 짧은 글인데도 어려운가보다. 그럴 때 또래들이 쓴 작품들은 좋은 길잡이가 된다. 하지만 아이들이 쓴 작품들을 책으로 발간해 내는 게 생각만큼 쉬운 일이 아니라서 그런지 몰라도 청소년 작품 모음집은 흔치 않고 귀하다. 그래서 도서관에 갔을 때나 주변에서 추천을 받아서 알게 된 이런 시집들이 참 소중하다. 2.그래서 도서관 서가에서 우연히 발견한 <중고등학생이 직접 쓰고 뽑은 학생시 123>은 제목만 보고서 참 귀한 책이니 일단 빌려서 보고 괜찮으면 바로 구입해야겠다는 생각이었다. 그런데 몇 편 읽다보니 이거 뭔가 좀 어색하다. 체벌, 강제 야자와 보충과 같이 지금은 사라진 단어들이 작품 곳곳에 드러나고 지금보다 훨씬 억압적인 학교의 모습이 그려졌기 때문이다. 내가 교직에 들어선 지난 10년 간 우리 교육 현장에 수많은 변곡점들이 있었지만 그 중 가장 큰 축에 속한다고 할 만한 것이 체벌 금지다. 나도 중고생 때 꽤나 맞았고 또 그 당시엔 그게 자연스러운 일이었다. 지금이라면 구속감이지만 말이다. 친한 친구인 내가 선생인데도 학교나 과거 자신의 선생님들에게 치를 떠는 녀석들이 아직도 제법 있는 걸 보면 지금과는 참 달라도 많이 달랐 던 것 같다. 아무튼, 그래서 머리말을 다시 펴 읽어보니 아뿔싸, "이 책은 지난 1980년대 중반부터 오늘날까지(초판이 2012년임)약 30여 년 동안 교실에서 학생들이 직접 쓴 시를 학생과 선생님들이 손수 뽑아 엮은 학생 창작시집입니다."왠지 졸업앨범 보는 느낌이 들더라.3.학생들이 쓴 시집이니 대부분 학교에 대해 그 중에서도 힘들고 아픈 부분을 소재로 쓴 작품이 대부분이지만 그래도 학생은 학생인지라 지금의 학생들에게도 보여줄 만한 작품들이 있다. <좌석 버스와 친구>학원 마치면 열한 시늦어서 버스도 잘 없다.그래서 좌석 버스 타는 날이 많다.친구랑 버스 정류장에서 장난치다가일반 버스 막차를 놓쳤다.주머니에 돈은 하나도 없었다.친구가 천 원 주면서"좌석 타고 집에 가라."무사히 집에 와서 친구 집에 전화하니깐친구 엄마 하시는 말씀"걸어온다고 전화 왔더라."친구를 생각하니 마음이 아팠다.예쁜 아이들이다. 고등학교 2학년의 작품인데, 요즘에도 이런 친구들이 있다. 요즘에도 있다는 말이 좀 거시기하지만 확실히 예전보다 아이들 사이의 경쟁이 심해진 건 맞다. 하지만 그래도 아이들은 아직 때가 덜 묻었기 때문에 서로 양보하고 배려하는 모습들이 어른들에 비해 많이 있다. 자기는 걸어갈 거면서 자기가 가진 전부를 친구에게 내어주는 모습. 집에 와서도 친구가 잘 들어갔는지 걱정돼서 집으로 전화 거는 모습. 자연스레 나의 학창시절을 떠오르게 했다. 이런게 좋은 시다. 시대를 막론하고 사람들은 마음을 주고받고 상처도 주고받는다. 그 순간을 포착한 이런 시야말로 세대를 초월한 대화의 도구이자 또다른 창작의 원천이 된다. 써놓고 친구 사이에 상처받은 아이들에게 보여줄 법하다.
학생시 123편. 그것은 30년 동안에 쓴 시 중에서 현재의 중고등학생들의 마음에 닿은 시의 개수다. 물론 이것이 학생시의 전부라고 말할 수는 없지만, 적어도 30년의 시간의 간극을 뛰어넘어 오늘도 살아 있는 학생 시인의 시세계의 흐름을 만날 수 있다.

이 책은 1980년대 중반부터 오늘날까지 약 30여 년 동안 교실에서 학생들이 직접 쓴 시라는 점에서도 의미가 있지만 학생과 선생님들이 수업 등을 통해 읽고 직접 뽑았다는 데 의미가 더 크다. 청소년기는 한 사람이 일생 동안 지니게 될 감성과 지성이 형성된다는 점에서 중요한 시기이고, 특히 이 시기에 예술의 꽃이라 할 수 있는 시를 읽고 쓰는 일은 청소년들의 정신적 밑그림을 그리는 일이기에 매우 중요하다고 할 수 있다.


학생 시선집을 펴내며

1부 우리들 마음-36.4℃
달빛 -허성욱
나비 같은 벚꽃 -김우형
그릇 -이가형
겨울비 -이유정
빛 -김영주
아름다운 사람 -임현지
허전한 가슴 -도유희
매듭 공예 -석수정
이사 -유근지
외갓집 감나무 -엄동현
그루터기 -최소혜
꽃, 너 하나의 본연 -최효진
초파일 -유혜윤
좌석버스와 친구 -손유현
별이 빛나는 밤에 -김선미
36.4℃ -전은영
기차 -이해진

2부 나의 발견-남과 같이 따라한다!- NO!
남과 같이 따라한다!- NO! -송인영
내 나이 마흔이 되면 -박지영
낡은 일기장 -최은영
자전거 -변정현
그 일기장 -강유리
생각하는 나무 -김주희
내 책상 위의 곰 인형 -이소혜
선인장 -이소린
거울 속 아이 -이소린
인간이라는 로봇 -김희주
흔적 -손지운
놀이터 -정연주
우리 학교 목련 -박지은
짝 없는 새와 나 -신광호
거울 -이신옥
엄마의 핸드폰 -최지현
이것 하나 만으로도 -황용수

3부 우리집, 가족, 생활-엄마 지갑
엄마 지갑 -최재훈
오래 된 앨범 -박선미
콩 -손숙현
나를 위해 -이소현
생각하면 눈시울이 -이다은
경상도 사람이라서 -이다은
할아버지와 할머니 -강예리
어린아이 -김효욱
아버지의 투망 -김지애
자전거 -박지은
아버지 -유세호
파 뽑기 -이희승
열여섯의 다섯 살 동생에 대한 고찰 -류송희
외할머니, 섬에 계시다 -김상원
외할머니의 딸 -이미래
그녀의 눈물 -윤진희
상처 -김선애
할머니 -조재철
밥상 앞에서 -이성기
단술 -진효주

4부 우리들의 학교 생활-시간이 멈춰버린 학교
삥 뜯긴 날 -이수빈
시간이 멈춰버린 학교 -이승우
시험이 끝나고 -이소혜
내 사랑 못난이들 -김희자
가을 교실 -박예은
복도 -박수진
대 ? -이하나
선생님의 가을 -전경훈
누런 독서실 차 -정수경
커피 캔 -김지혜
야자 시간 -강지혜
머리카락 -송인효
‘야· 자’ 라는 구속영장 -김대현
학원 수업 마치고 -김진휘
늦잠 -류수경
떡볶이는 맛있다 -손수지
학생 -이효정
별 -이수연
지동초등학교 1학년 1반에는 -박혜림
비 -이근호

5부 우리 마을, 일하는 사람-새벽 시장
고향 -허성욱
우리 동네 -정홍주
새벽 시장 -신현경
김천시 개령면 남전리 521번지 -최유진
봄비 -박혜림
생강 캐는 날 -김경숙
땔감 -이태영
고추 심는 날 -이미숙
고구마 캐기 -이봉구
미술관 이야기 -안지영
황금시장 순대국밥집 -강희정
향수 -전우진
송사리 -김수산나
시골집 -이예령
예천군 상리면 사곡리 -박현주
장터 -나지영
봄 파는 시장 -조해진
이런 사람이 많아진다면 -전배진
붕어빵 장수 -이지연

6부 세상 속으로-풍년 기근
돌담 -이소혜
기지촌에서 -도연정
풍년 기근 -박소연
냉면집 아줌마 -백설희
활성리 병군이네 집에 -배한별
베트남 아가씨 -김미진
외국인 노동자 -조승현
형제 -채지혜
노숙자 -전원영
보리밥 -민병헌
이발소에서 -민병헌
이것이 시다 -한영근
내 소 -박소윤

7부 자연, 생태-떠돌이 개
떠돌이 개 -이다은
덕구 -이경희
돼지의 하루 -김예나
입감 -이상표
소똥 -이소린
고양이 무덤 -배 달
농장 이야기 -조경남
들꽃 한 송이 -허성욱
손금 -이하나
작은 선물 -최은영
비 -이유진
담쟁이 -이윤정
민들레 -김혜연
구절초 -문경희
반딧불이 -김다운
가을 산 -여다영
솔밭골 -정수아
무엇을 -신주영

이 책에 삽화를 그린 학생들
이 책에 실린 시를 쓴 어린 시인들에게